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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딸기
이름: 레고놀이


등록일: 2003-04-20 01:08
조회수: 1465
 
겨울이 시작되는 문턱의 시골 풍경은 항상 스산한 느낌을 준다. 가을걷이가 다 끝나고 바닥을 드러낸 논도 그렇고, 잎을 다 떨궈내고 혼자 멀뚱이 서 있는 나무도 그렇고, 휑하니 아무것도 뒤흔들지 못하는 바람도 그렇고, 괜히 내 기분에 강요당한 하늘도 그렇다.
2주일에 한번꼴로 내려가는 시골집은 이맘때가 되면 더 정겨워진다. 스산함을 덮어주는 집이라는 이름의 평안. 나는 그 평안함을 얻으러 집에 간다.
"딸기 이제 딸때 됐지 않나?"
"이제 불긋불긋 익기 시작하고 있다. 다음주면 다 익겠더라."
"딸기 잘되야 우리 신곡띠 부자될낀데. 흐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한 여름에도 머리에 수건 하나 덮어쓰고 들로 나갔던 엄마다. 아무리 불같은 볕이 내리쬐고 있어도 개의치 않고 그 어린 딸기들에 매달려 있던 엄마다. 그래서 나는 그 딸기가 엄마한테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딸기 키워서 빚을 갚고, 딸기 키워서 자식들 학교 보내고, 딸기 키워서 아들 장가보냈다. 요컨대 딸기는 엄마의 희망이고 꿈이며 든든한 빽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손에 들려있는 빨갛고 조그만 딸기 하나. 이것 때문에 잠을 깨운 엄마가 너무 귀여워서 입속에 낼름 집어넣고 '크크'하고 웃었다. 제일 먼저 익은 딸기를 벌써 14년째 딸기를 밑천으로 커온 나에게 먹이고 싶어서 새벽부터 일어나 딸기고랑 사이를 누볐던 것이다. '잘 커라. 잘 커라.' 비닐 하우스 앞에 가서 딸기를 향해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사, 나흘에 한번 꼴로 전화를 하곤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전화 한번 해오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것이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한창 딸기가 많이 나올 시기라 바쁘고 피곤한가 보다 하고 며칠을 보냈다.
수업을 끝내고 따뜻한 자취방에 앉아 TV를 보며 낄낄대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저녁 뭇나?"
착 가라앉은 목소리.
"앙. 엄마는?"
"뭇다."
"딸기 많이 나오나?"
"......"
"왜? 무슨 일 있나?"
"딸기 다 얼어뿟다."
"무슨 소리고? 왜?"
"며칠 전에 억수로 춥을 때 그날 그랬다 아이가. 물이 모잘라가 새벽에 물이 안 나오는 바람에."
무슨 말을 어떻게해야 하는건지 멍하기만 했다. 그거 하나 바라보고 사는 엄만데... 엄마의 목소리는 땅바닥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울컥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엄마...... 엄마...... 괜찮나?"
울먹거리며 말하는 나를 엄마는 되려 위로 하고 있었다.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은 분명 엄마일텐데...
"괜찮다. 울지마라. 엄마 괜찮다."
더럭 겁이났던 것이다. 딸기가 죽었대서가 아니라 딸기가 죽어서 엄마가 포기하고 싶어질까 겁이났던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한참을 울고 엄마에게 수십번 괜찮냐고 괜찮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괜찮노라고, 괜찮노라고 수십번 답했다.
그 다음주 집에 내려갔을 때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러고는 큼직한 바구니 가득 딸기를 담아오셨다.
"군데군데 요행히 안 언게 있더라. 좀 무봐라. 억수로 달다."
바구니가 안 보일정도로 가득 담긴 딸기를 보자 다시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엄마 괜찮나?"
"울기는 와우노? 엄마 괜찮다. 이번에 딸기 잘되모 니 컴퓨터 사줄라켔는데 우짜노?"
"나는 괜찮다. 엄마 진짜 괜찮나?"
"하모. 울지말고 딸기무라. 니 딸기 좋아한다 아이가. 나는 괜찮다."








심심해서 한번 올려봅니다... 출처는... '레고로 만든 집' 호호호
    
신기루   2003-04-20 02:32:49
흑 ㅜ.ㅜ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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